열흘 만에 멈춘 한강버스, 시민들의 기대와 불안 사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대중교통, ‘한강버스’.
처음 소식이 나왔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설렘과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정식 운항 시작 열흘 만에 멈춰 서면서,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아닌 ‘불안한 실험’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렸습니다.



강 위의 버스, 첫 출발과 좌초
9월 18일, 한강버스가 정식 노선에 올랐습니다.
마곡에서 잠실까지 28.9km 구간, 하루 14회 운행. 요금은 3,000원,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추가 5천 원으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해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팔당댐 방류로 수위가 높아져 안전 운항이 어려워지더니, 전기 계통과 방향타 문제까지 잇따라 터졌습니다.
심지어는 출항 10분 만에 회항해 승객 70명이 환불을 받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잦은 고장의 그림자
불안은 결국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됐습니다.
- 조향을 담당하는 방향타의 이상은 배가 제멋대로 움직일 위험을 안겼고,
- 전기 계통 문제는 추진력뿐 아니라 각종 안전 장치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여기에 자연 변수도 겹쳤습니다. 팔당댐 방류량에 따라 강 수위와 유속이 변하면, 선착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기계적·환경적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안정적 운항은 멀어졌습니다.
세금 논란, 진실은?
“1,500억 원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구조를 따져보면 조금 다릅니다.
운영비와 선박 건조비 대부분은 민간이 부담했고, 서울시는 선착장 등 인프라 구축에 약 227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다만, 향후 적자가 발생할 경우 일부는 보전해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명한 성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공식 사과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공급 대책 브리핑 자리에서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공식 사과했다. 열흘 동안 전기 계통과 방향타 등에서 4차례 고장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는 “이번 기회에 운항을 멈추고 안정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무승객 시범 운항과 스트레스 테스트
서울시는 10월 말까지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 운항’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선박별로 기계·전기적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잔고장과 안전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11월 이후에는 안정화가 검증된 뒤 정식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성급한 결정이었나?
일각에서는 “운항 결정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식 운항 전 6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쳤다”며 무리한 출발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이번 한 달 동안의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 우려와 시민 불편
운항 중단뿐 아니라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한강버스는 승선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신분 확인 절차가 없는데, 이에 대해 서울시는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만큼 사후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비 전기선박이 대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입되지 않은 점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시민들이 궁금한 현실적인 부분
- 환불 : 기후동행카드에 5천 원을 추가 낸 이용자들은 전액 환불 가능.
- 대체 이동 : 당분간 지하철 2·5·9호선이나 버스 이용이 불가피.
- 재개 일정 확인 : 지도 앱과 서울시 공지로 안내 예정.
앞으로의 길 — 세 가지 가능성
- 빠른 정상화 : 10월 말 무승객 점검이 끝나고,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예정대로 운항 재개.
- 재개 지연 : 특정 부품 결함이나 행정 절차가 길어질 경우 일정이 늦춰질 수 있음.
- 제도 개선과 진화 : 단순 수리에서 그치지 않고, 기상 데이터와 연동한 자동 운항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 → 스마트 수상교통으로 발전 가능성.
교훈과 과제
이번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 신뢰 없는 교통수단은 요금이 싸도 외면받는다.
- 데이터 축적과 투명한 공개가 시민 불안을 줄인다.
- 재정 구조는 명확한 원칙과 성과 기반 보전으로 가야 한다.
한강버스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계기로 체계적인 개선과 혁신이 더해진다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서울 교통사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